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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룡이랑 범영이를 믿고 신뢰했어요’ -김봉수 런던올림픽 축구 GK 코치

 

 

 

글 / 제갈현승 (스포츠둥지 기자)

 

           축구에서 최후방을 지키는 골키퍼는 공을 막는 것 뿐 만 아니라 3선에 있는 수비라인조정, 팀의 안정성, 경기력 향상까지도 이룰 수 있는 아주 중요한 포지션이다.  런던 올림픽 B조 예선 4팀의 경우, 모두 와일드카드로 골키퍼를 선택했을 정도로 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 토너먼트 대회나 시즌 리그 모두 팀 향배가 골키퍼에 의해 좌우될 정도로 그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2012년 런던올림픽 남자축구 대회는 골키퍼의 중요성이 다시금 중요하게 부각된 대회였다. 정성룡의 안정감 있는 선방과 리딩 능력에서부터 이범영의 승부차기 선방까지 골키퍼의 맹활약이 없었더라면 이번 대회에서의 사상 첫 동메달 획득이라는 성과를 거두지 못했을 것이다. 김봉수 GK 코치는 이들 뒤에서 묵묵히 자신의 경기 노하우와 팀에 대한 분석까지 선수에게 전달해 주었다. 그 결과 올림픽 사상 첫 메달을 획득하고 한국 축구사를 새롭게 쓴 숨은 주역이 되었다. 2009년 12월 올림픽 대표팀 GK로 부임하여 2012년 런던올림픽 대회까지 맡았으며, 현재 골키퍼에 대한 육성을 위해 김봉수 GK클리닉을 운영하고 있다.

 

 

런던올림픽 축구국가대표팀 GK 코치 김봉수 ⓒ 제갈현승

 

 

# 축구인생을 건 ‘런던 올림픽’

 

올림픽대회 중에서도 축구는 가장 큰 인기종목 중 하나였는데요, 심리적으로 많이 부담되셨을 것 같습니다. 대회 치르기 이전 준비과정은 어떠했나요?

 2년 전 광저우 아시안게임 때 비난의 화살이 홍명보 감독님과 저한테 왔어요. 이기기 위해서 바꾼 건데 결과적으로 안 좋게 됐죠. 런던올림픽 대회에서 내 모든 축구인생을 다 걸겠다고 다짐했습니다. 오기가 생기면 무서운 게 없어요. 그 뒤에 결과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않았고 오직 이 대회만을 집중하려고 노력했어요. (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 4강 UAE전에서 연장후반 120분, 통한의 결승골 내줘 한국팀은 결승 탈락했다. 승부차기에 대비하여 골키퍼를 교체(김승규<->이범영)하였던 홍명보호는 이 때 당시 많은 비난을 받았다)

 

 런던올림픽에서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었던 이유는?

 심리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경험을 바탕으로 얘기해줬어요. ‘실수를 두려워하지 말아라. 너희들이 열심히 했고, 실수하면 선생님 책임이다. 너희들은 편한데로 즐겨라.’라고 얘기해 줬습니다. 또 (정)성룡이에게 대회직전 수원에서 연이어 많은 실점(2경기 8실점)을 당하고 왔지만 그건 지난 일에 불과하고 홍명보 감독님과 나는 ‘너를 신뢰하고 믿는다’고 얘기해줬죠.

 

 8강 영국전이 최대 고비처였는데요. 승부차기 당시 때의 심정은 어떠셨나요?

 사실 (이)범영이가 긴장하더라고요. 제가 그래서 ‘네 축제인데 왜 즐기지 못해? 광저우 때 당해봤잖아? 즐겨라. 그때는 해보지도 못하고 당했지만 지금은 기회잖아. 난 너를 믿어. 내가 가르쳐 것에 대해서 잊지만 마.’ 이렇게 말하고 나서 결과는 이겼지만 사실 저에게 혼이 많이 났어요. 왜 1개 밖에 못 막았냐고요. 긱스 슛팅은 막을 수 있었거든요.(웃음)

 

 

김봉수 GK코치와 이범영선수에게 ‘힐링’이 된 8강 영국전 ⓒ 런던올림픽 조직위

 

 

이범영선수가 8강전(PK 스터리지 선방)에는 칭찬을, 4강전(3골실점)에는 비난을 받았는데, 경기 후 어떤 조언을 해주셨나요?

 경기 끝난 후 많은 생각을 했어요. 고심 끝에 선수에게 부담 안주기로 하고 농담식으로 ‘(이)범영아, 검색어 인기순위 올라갔냐?’라고 물었죠. 그랬더니 (이)범영이가 ‘선생님 전 두 번 올라갔어요. 영국전에서는 잘해서 올라갔고, 브라질전에서는 네가 선수냐며 올라왔어요’라고 하더군요. 그래서 제가 ‘그게 골키퍼의 운명이다. 천당과 지옥을 왔다가는 거고 이게 좋은 경험이 될거다’라고 위로해줬죠.

 

 런던올림픽에서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었던 이유는? 
 홍명보 감독님께서 일단 와일드카드선수들에게 절대 부담을 주지 않았어요. 홍명보 감독님도 선수시절 와일드 카드로 뽑혔던 경험이 있기 때문에 상당한 부담이 있다는 걸 알아요.
 그래서 3명(박주영, 김창수, 정성룡)의 선수들에게 ‘너희들은 뭔가 하지 말아라. 다른 선수들이 도와라. 3명의 선수들이 15명을 돕는 것보다 15명이 3명을 돕는것이 더 쉽다’라며 독려했어요. 분위기 자체도 좋았고 편하게 경기에 임했던 것 같아요. (홍명보감독은 시드니 올림픽 대회에서 와일드카드로 발탁이 되었으나, 부상으로 도중하차하게 된다.)

 

 선수들의 선후배 관계, 지도자와의 관계는 어떤가?

 박건하코치와 김태영코치가 선수들과 감독님의 가교역할을 해주었고요, 유럽파면 유럽파끼리 모이거나 이런 일은 절대 일어나지 않았어요. 서로 좋은 걸 얘기해주고 받아들이고 그런 점이 긍정적인 효과로 나타난거죠.

 

 대회가 끝나고 10월부터 하남과 정읍에 GK클리닉을 여시게 된 동기는.

 사실 GK클리닉을 예전부터 준비하고 있었어요. 올림픽 끝나고 골키퍼에 대한 관심도와 중요성이 많이 높아졌어요. 이 분위기를 밀고 가려면 빨리 시작하는 편이 낫다는 생각에 10월부터 GK클리닉을 열게 된 거죠.

 

 최종예선부터 런던올림픽 본선대회까지 가장 기억에 남는 경기가 있다면 어떤 경기라고 생각하나요?

 올림픽예선 카타르 원정경기에요. (하)강진이가 몸 컨디션이 안 좋아서 선발로 내보낼 수 없는 상황이었죠. 근데 (이)범영이 본인이 불안한 심리였어요. 강진이를 선발로 내세울지 범영이를 선발로 정할 지 고민을 무척했습니다. 밤을 샜죠. 그리고 다음날 아침 홍감독님께서 ‘골키퍼 선발 정했냐’라고 물으시길래 ‘조금만 시간을 달라’며 말을 드리곤 생각에 잠겼죠.
 그리고 나서 전 ‘내가 이 선수를 믿지 못하면 어떡하겠니?’ 스스로 한테 물었어요. ‘선수를 믿고 한 번 해보자’라며 다짐 후 범영이에게 선발을 맡겼어요. 그 이후 상승세를 타서 홈경기 사우디戰까지 좋은 결과가 이어진게 된거죠. 좋은 지도자가 되려면 먼저 선수를 믿어야 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대한민국 올림픽대표팀은 카타르 원정에서 1:1, 대한민국 홈에서 사우디를 1:0으로 승리했다)

 

 

 김봉수 코치는 인터뷰 내내 선수들과의 ‘믿음’, ‘신뢰’를 강조했다. 스승과 제자 사이의 허물없는 유대관계를 형성하고자 노력한 것이다. 그 결과가 선수들의 마음을 샀고 한국 축구역사상 올림픽 메달 획득이라는 쾌거를 낳은 것이다.

 

 

김보경의 득점 후 홀로 작전지시를 하고 있는 김봉수 GK코치 ⓒ 사진제공 김봉수

 

 

 김봉수 코치는 런던올림픽대회 내내 골이 터졌어도 기쁨을 선수들과 공유하지 못했다. 2년전 UAE전의 악몽이 떠올라 항상 다음 상황을 예측하고 수비수와 골키퍼에게 지시하는 버릇이 생겼기 때문이다. 이후 동메달 결정전인 일본전이 끝난 뒤 응어리 맺힌 아픔을 씻어냈다.   런던올림픽이 끝난 뒤 현재 김봉수 코치는 한국 골키퍼들이 유럽으로 진출하는 꿈을 실현하기 위해 하나씩 단계를 밟아나가는 중이다.

 

 

 

2편에서 [‘인성과 예의가 먼저’ 김봉수 GK코치의 골키퍼학 개론]이 계속됩니다.

 

 

ⓒ 스포츠둥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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