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임성철(원종고등학교 교사)

 

 

           필자는 2011년 12월에 ‘체육수업은 아이들을 통제하는 수단이 아니다!’라는 글을 스포츠둥지에 기고하였다. 그 당시 많은 독자들이 필자의 글을 읽고 일부의 초등학교 교사들이 체육수업을 초등학생의 통제 수단으로 사용하고 있다는 사실에 적지 않은 충격을 받았었다. 그 글에서 소개했던 초등학교 여교사의 이야기가 다시 생각난다.

 

아이들에게 제일 인기가 높은 수업이 체육입니다. 그리고 저와 같은 초등학교 여교사가 제일 부담스러워하는 수업 역시 체육입니다. 그러다 보니 저도 체육수업으로 아이들을 휘어잡고 통제하는 일이 자주 있어요. 수업시간에 아이들이 떠들고 소란을 피울 때 ‘체육수업시간에 운동장에 나가지 않고 교실에서 자습한다.’라고 하면 아이들이 좀 조용해져요.

(초등학교 여교사의 체육수업에 대한 솔직한 고백)

 

필자는 초등학교 여교사의 이야기를 통해서 필자는 이런 생각이 들었다. ‘초등학생들에게 운동장은 어떤 의미일까?’ 아마도 위의 이야기 속의 초등학생들에게 운동장은 행복, 즐거움, 만남, 어울림을 주는 장소라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그렇게 운동장에서 나가기를 바라지 않았을까?


최근에 학교체육에 많은 발전이 있고 체육수업도 큰 개선이 학교 현장에서 이루어지고 있음을 필자는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일부의 초중고의 학교에서는 학교운동장을 학생들이 뛰어놀 수 있는 공간이 아닌 교사들의 자동차를 주차하고 지역주민들이 가끔 와서 산책이나 하는 정도의 공간으로 간주하는 것으로 판단된다. 

 

 

어린 시절 추억이 간직된 추억의 운동장!
필자는 종종 가족과 함께 집근처의 학교에 간다. 필자가 사는 집 근처에서 가장 가깝고 필자의 셋째 아들이 다니는 A초등학교에서 가족과 함께 운동을 한다. 주로 아이들과 축구를 하거나 플라잉디스크를 던지고 논다. 필자는 초등학생과 중학생이었을 때에도 A초등학교에서 친구들과 축구나 야구를 하면서 즐겁게 놀았던 추억을 갖고 있다. 이 학교의 운동장은 무척 넓다. 최근에 세워진 학교의 운동장보다 두 배는 크다. 필자는 20년 정도 서울의 다른 지역에서 살다가 2년여 전에 A초등학교 인근으로 이사를 왔다. 필자가 이곳으로 이사를 온 것은 하나는 아이들이 마음껏 뛰어 놀 수 있는 A초등학교의 큰 운동장이 있다는 것 때문이었다.

 

필자를 분노하게 만든 운동장!
이사를 와서 가족과 함께 A초등학교에 놀러 왔던 필자는 크게 화가 났다. 학교 운동장이 너무도 많이 변해 있었기 때문이었다. 필자가 왜 화가 났는지는 아래의 사진을 보면 이해를 할 수 있을 것이다.

 

 A초등학교 운동장에 여러 곳에 주차되어있는 자동차들

 

 

필자가 학교에서 아이들과 운동을 하다보면 운동장 한 가운데를 가로질러서 달리는 자동차를 자주 보게 된다. 이 학교의 운동장은 주차장이고 자동차가 달리는 굉장히 넓은 도로인 셈이다. 더욱 필자를 화나게 만든 것은 운동장 한 가운데를 대각선을 가로질러 달리는 자동차는 이 학교 선생님들이 운전을 하고 있었다는 사실이었다. 심지어 자동차를 운전하던 교사가 달리는 차를 세우고 운동장에서 축구를 하는 어린이에게 무엇인가를 이야기하고는 다시 차를 운전하면서 교문 밖으로 나가버리는 황당한 장면을 목격한 적도 있다. 이 학교에서 아이들은 축구나 야구를 하다가도 자동차가 달려오면 운동을 멈추고 자동차가 지나갈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수많은 자동차가 학교 운동장을 지나가서 그런지 운동장은 마치 시멘트 바닥처럼 딱딱했다. 


도대체 누구를 위한 체육시설인가?
필자는 A초등학교의 농구골대와 축구골대를 바라보면서 말문이 막혀버렸다. 아래의 사진에서 볼 수 있듯이 농구골대와 축구골대는 그 기능을 상실해 버린 상태에서 흉물스럽게 운동장에서 자리만 차지하고 있다. 농구골대에 ‘매달리거나 장난하지 마세요. 위험합니다.’라고 적혀 있는 글귀를 보면서 필자는 ‘블랙 코미디(black comedy)’같다는 생각을 했다. 차라리 이렇게 쇠사슬로 묶어 놓을 것이라면 차라리 고물상에나 팔아버리든지 할 것이지 이게 무슨 짓인가? 농구를 하고 싶은 아이들을 약 올리는 것도 아니고 말이다. 체육시설을 이 지경으로 만들어 놓도록 지시를 내린 사람은 과연 어떤 사고의 소유자일까?

 

 

마주보고 있어야 할 농구골대는 처량하게 함께 묶여있는 모습

 

마주보고는 있지만 너무 가깝게 마주보고 있어 기능을 상실한 축구골대

 

 

운동장을 재학생들에게!
학교 운동장은 아이들이 마음껏 뛰어놀아야 하는 곳이다. 아이들이 운동장에서 또래의 친구들과 어울려 놀면서 건강하게 자랄 수 있다. 학교 운동장에는 수많은 아이들의 추억이 가을의 낙엽처럼 아름답게 쌓이고 또 쌓여야 한다. 아이들이 운동장에서 노는 것을 방해하는 어떤 것도 허용하지 말아야 한다. 만약 이 글을 읽는 학교의 관리자들과 선생님들이 있다면 당신이 근무하고 있는 학교 운동장은 학생들이 마음껏 뛰어노는 것을 방해하는 요소가 없는 지 확인해주길 바란다. 그래서 학교 운동장에서 학생들이 어떠한 제지나 방해를 받지 않고 뛰어놀 수 있도록 필요한 모든 것을 준비해 주길 기대한다. 이것이 우리의 아이들과 청소년들을 건강하고 행복하게 자라나서 이 나라의 주역으로 만드는 길이 될 것이다.

 

 

 

 

 

ⓒ 스포츠둥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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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제 저녁 9시 반쯤에 윗글의 소재가 된 초등학교에 막내를 데리고 가보았습니다. 축구골대는 다행히 분리되어 축구골대의 기능을 하고 있더군요. 그러나 여전히 농구골대는 변함없이 그대로더군요.

    특히한 것은 운동장을 밤 9시까지만 개방한다는 게시판과 함께 학교 정문이 닫혀 있더군요. 이 학교 운동장은 밤늦은 시간에도 동네 주민들이 산책과 운동을 즐기던 곳이었는데 참 아쉬웠어요. 여러모로 맘에 안드는 학교입니다.

  • 6개월이 지난 이 초등학교의 운동장은 교사들과 학부모들의 자동차로 시멘트 바닥처럼 단단합니다. 긍정적인 변화가 전혀 없이 점점 더 악화되고 있습니다. ㅠㅠ

  • 행복한세상 2014.03.26 07:01 신고

    2년 전부터 그랬군요. 초등학교를 보내고 보니 눈에 들어옵니다. 하교시간과 겹쳐 아슬아슬 한 장면이 연출 되고 축구공이 주차된 차량 밑으로 들어가 꺼내려 기어들어가는 아이... 아이들 어떻게 하면 지킬 수 있을까요? 답답합니다.

  • 임태진 2016.10.02 00:05 신고

    운동장이 다른 용도로 사용된다니 안타깝습니다..
    글 잘 읽었습니다 선생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