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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신체에 건강한 정신이 깃드는가?

 

 

 

 

글/송형석(계명대학교 교수)

 

 

        현대 사회에서 스포츠가 사회적으로 큰 의미를 얻어가고 있는 이유를 묻는다면 건강을 빼놓고는 이야기가 되지 않는다. 건강은 체력, 젊음, 힘, 아름다움 등과 함께 사회적으로 매우 중요한 가치가 되었으며, 그러한 과정에서 사람들은 스포츠에 깊은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이제 사회구성원들은 스포츠를 체력, 젊음, 아름다움은 물론이고 건강까지도 보장해주는 도깨비방망이 같은 존재로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들은 어떤 이유에서 스포츠를 하면 건강해질 수 있다고 믿게 된 것일까? 이러한 믿음에 적지 않게 영향을 미친 것은 “건강한 신체에 건강한 정신이 깃든다!”는 건강관이다.


이 문장은 근대 유럽인들이 고대 로마의 시인 유베나리스(Juvernal, ca. 58-140 n. Chr.)의 시에서 따온 “mens sana in corpore sano”라는 구절을 직역한 것이다. 근대 유럽인은 mens(mind; 정신, 마음)라는 단어 대신에 anima(soul; 영혼)라는 말을 써서 anima sana in corpore sano라고도 표기했는데 두 문장의 의미는 크게 다르지 않다. 후자의 문장에서 각 단어의 첫 글자를 따서 ASICS라는 스포츠 브랜드가 만들어진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스포츠와 건강의 긍정적 인과관계를 믿는 사람들은 이 구절을 곧 잘 인용하며, 이 말이 얼마나 신뢰할만한 것인지 선전한다.


그렇다면 “mens sana in corpore sano”가 어떻게 ‘스포츠를 하면 건강해진다!’가 되었을까? 앞서 말했듯이 이 라틴어 문장을 직역하면 “건강한(sano) 신체(corpore)에 건강한(sana) 정신이(mens) 깃든다(in)!”가 된다. 이 말을 의역하면 육체가 건강하면 정신도 건강하다가 되고, 그 의미를 재해석하면 육체를 강건하게 만드는 것은 건강을 위한 필수적 전제가 된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육체를 강건하게 만드는 데에는 스포츠가 단연 최고이기 때문에 이 라틴어 문구로부터 최종적으로 ‘스포츠를 하면 건강해진다!’라는 명제를 연역해 낼 수 있다.


그러나 과연 스포츠를 하면 모든 사람들이 정말로 건강해질 수 있을까? 꼭 그렇지는 않다. 필자가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는 최근 스포츠 활동 중에 심근경색이 원인이 되어 사망하는 사람의 수가 크게 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운동을 생활화하고 있는 전문적 스포츠인의 평균연령도 일반인의 평균연령에 비해 6-7년 낮다. 또한 스포츠선수들 중에는 각종 질환에 시달리는 사람이 의외로 많다. 의학 및 생리학적 연구자들도 격렬한 스포츠는 건강에 치명적으로 작용하는 활성산소의 발생가능성을 높여주고, 스트레스를 해소시켜주기 보다는 오히려 스트레스를 가중시켜 건강에 마이너스로 작용한다고 말한다. 이러한 이유에서 필자는 스포츠가 반드시 건강을 보장해주지는 않는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mens sana in corpore sano”라고 말한 유베나리스는 거짓말을 한 것일까? 그렇지 않다. 오히려 그의 문장이 근대 유럽인들에 의해 지난 수백 년 동안 오역되어왔을 가능성이 크다. 이 문장은 유베나리스가 지은 356어구로 이루어진 시의 10번째 구절에서 인용된 것이며, 그 원문은 다음과 같다.

 

 

Nil ergo optabunt homines? si consilium via,
permittes ipsis expendere numinibus quid
conveniat nobis rebusque sit utile nostris.
ut tamen et poscas aliquid voveasquid voveasque
… orandum est ut sit mens sana in corpore sano.
portem posce animum nortis terrorecarentem,

 

 

상당히 난해하며 철학적인 내용을 담고 있는 앞의 내용을 제외하고 우리 논의와 관련이 있는 뒤의 내용 만 검토해보면 우리가 알고 있는 ‘건강한 신체에 건강한 정신이 깃든다!’는 건강관과 유베나리스의 본뜻 간에는 상당한 차이가 존재함을 알 수 있다. 유베나리스가 지은 시의 원문을 보면 “…orandum est ut sit mens sana in corpore sano”라고 되어있는데 반해서 앞에서 인용한 문장은 “mens sana in corpore sano”라고만 되어 있다. 접속사 “그리고 나서(orandum est)”를 제외하고 "ut sit"가 빠져 있다. 라틴어 "ut sit"은 소망, 바람, 희망 등을 나타내는 단어이다. 소망과 바람의 대상은 일반적으로 현실에 속해 있지 않다. 오히려 현실에 없는 것이 거기에 속하는 경우가 더 많다.

 

 

유베나리스는 단순한 육체적 건강이 정신적 건강, 나아가 건강 전체를 보장할 수 없다는 점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그는 “건강한 신체에 건강한 정신이 깃든다!”고 단정하지 않고 “건강한 신체에 건강한 정신이 깃들게 하소서”라고 말함으로써 소망과 바람을 나타냈던 것이다. 요약해서 말하면 신체적 건강이 정신적 건강, 나아가 건강 그 자체를 보장한다는 생각은 유베나리스의 싯구를 잘못 인용한데서 생겨난 오해일 뿐이다. 그의 싯구를 성급하게 인용한 결과 건강을 이해하는 안목이 매우 좁아졌다.


스포츠와 건강의 관계가 합리적으로 구성되기 위해서는 건강관이 바뀌어야 한다. 즉 기존의 일면적이고 편협한 건강관이 포괄적이고, 조화로운 건강관으로 바뀌어야 한다. 여기서 말하는 포괄적이고, 조화로운 건강관이란 “ut sit mens sana in corpore sano”이다. 우리는 이 문장에서 “ut sit"과 “mens sana in corpore sano”를 변증법적으로 결합시키고자 했던 유베나리스의 혜안을 읽어낼 수 있다. 육체적 건강과 정신적 건강은 “ut sit mens sana in corpore sano”에서 변증법적으로 만나기 때문이다.

 

 


건강은 육체적인 건사만으로 또는 정신적인 노력만으로 얻어질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육체적인 건사와 심리 및 사회적 안녕, 감성적 욕구의 충족이 적절하게 조화를 이룰 때 나타나는 현상이다. 건강에서 중요한 것은 다양한 요인들 간의 조화이다. 유베나리스의 문장에 나타난 “ut sit"는 바로 이와 같은 조화를 찾고자 하는 의지를 나타낸 것이다.

 

 

 

ⓒ 스포츠둥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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