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으로
전체메뉴
메뉴닫기

프리마돈나가 된 한국 배드민턴

 

 

 

 

글/하남길(경상대학교 교수)

 

 

 

        런던에 거주하는 한 교포는 런던 올림픽 배드민턴 입장권 구매에 성공했다며 올림픽 전부터 자랑을 늘어놨다. 그리고 7월 31일 오후 5시부터 카카오톡으로 문자와 사진을 전송해왔다. “배드민턴 응원가요.“ “관중석에 앉았어요. TV 봐요! 혹시 알아, 내가 카메라에 잡힐지ㅋㅋ” 등이었다. 다음 날 보니 다른 내용도 남아 있었다. “응원할 필요가 없네.” “헉! 실격이래.” 그때서야 그 교포가 응원간 날이 바로 여자 복식 “져주기 게임”이 열리던 날이었음을 간파할 수 있었다. 애국심 탓인지 법조계 직업 탓인지 뒷날 통화에서 그 교포는 선수들을 옹호하며, 오히려 국제배드민턴연맹의 사전 조치 미흡 상황을 비판했다. “국가나 자신을 위해 올림픽 메달에 청춘을 건 선수들이 누가 메달을 놓치고 싶었겠어요?”라는 말이 뇌리에 남았다. 수긍이 가는 점도 있었다. 하지만 고개를 저을 수밖에 없었다.


영국은 스포츠의 나라이고, 런던은 스포츠의 요람이다. 축구, 럭비, 테니스, 배드민턴, 골프 등 수많은 스포츠가 영국에서 탄생했지만 거기에 공통점이 하나 있다. 모든 게임은 신사계급에 의해 조직화되었고, 그러한 스포츠에는 계급문화에 걸맞은 철학이 내재되어 있다는 것이다. 페어플레이, 스포츠맨십 등과 같은 용어가 신사도(紳士道)를 상징하는 그들의 철학이었다. 귀족 전통이 배어 있는 테니스, 배드민턴과 같은 스포츠에서 매너와 정정당당하게 최선을 다하는 태도는 더욱 강조된다. 배드민턴(Badminton)의 혈통은 인도․영국 혼혈이지만 종목 명칭부터 귀족이었던 뷰포트 공작의 동네이름에서 따온 것이며, 0점을 제로(zero) 대신 러브(love)라는 애칭을 사용하는 것도 그런 전통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런 배드민턴에서 승부조작과 버금가는 “져주기 게임”이 나왔으니 영국적 정서로는 용납될 수 없었을 것이다. 매스컴에 알려진 대로 여자복식 조별 리그 최종전에서 대한민국 두 복식조는 “져주기 게임”에 관련되면서 국제배드민턴연맹으로부터 실격처리 됐고, 여자 배드민턴 4인방과 대표 팀 코치는 선수촌에서 퇴출되어 귀국조치를 받아들여야만 했다.


사태의 발단이 된 것은 조별 리그방식의 도입과 중국 선수단의 꼼수였다. 조별 상위 두 팀만 8강에 오르는 상황에서 묘하게도 A조의 한국(정경은-김하나)과 중국(왕샤올리-위양), C조의 한국(하정은-김민정)과 인도네시아(멜리아나 자우하리-그레이시아 폴리)가 모두 2연승,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만 남긴 상황이었다. 8강 진출이 확정된 마당이라면 당연히 토너먼트 대진표를 염두에 두지 않을 까닭이 없었다. 이론상 2위 실력자가 1위 실력자를 8강전에서 만나 패하면 노메달이고, 최후에 만나면 패해도 은메달이다. 세계 랭킹 1위(왕샤올리-위양), 2위(텐칭-자우윈레이)는 금, 은메달을 독식하고 싶었을 것이다. 랭킹 1위 중국은 2위인 자국 팀과의 대진을 피하기 위해 한국(정경은-김하나)에게 져주기 게임을 했고, 그러한 심리는 도미노 현상을 일으켰다. 랭킹 1위의 중국팀이 조 2위가 되자 꼼수 심리는 C조의 한국(하정은-김민정)과 인도네시아(멜리아나 자우하리-그레이시아 폴리) 전으로 전이(轉移)되었다. 굳이 1위가 되어 토너먼트 초반에 강자를 만날 이유가 없었기 지기위해 힘을 쓰는 게임을 한 셈이다. 이해는 가지만 그것은 선수만 아닌 선수단의 일탈행위였다.


스포츠 현장에는 수없는 일탈 행위가 존재한다. 축구에서 의도적 반칙으로 상대 공격을 잘 끊을 때 흥분한 해설자는 영리한 플레이를 한다며 목소리를 높인다. 체급경기 선수들은 체중감량을 통해 낮은 체급으로 이동하여 메달을 노린다. 흔한 관례적 일탈은 인정되고 있다. 그러나 심판 매수나 승부조작 등은 조직적 일탈에 속한다. 지도자도 몰랐을 리가 없다. 원인 제공을 누가 했건 겉으로 드러난 조직적 일탈은 올림픽 정신의 계승이라는 대의명분 앞에서 용서받기 어려운 행위가 되고 만다. 런던 배드민턴 경기였다면 더욱 용서받기 어려웠을 것이다.


배드민턴은 셔틀콕 게임이다. 셔틀콕은 선수의 손놀림에 따라 천변만화하는 모습을 보인다. 그래서 셔틀콕을 프리마돈나라 부르기도 한다. 우리 배드민턴은 바르셀로나 올림픽부터 금메달을 따내온 효녀종목이었으나 12년만의 노 골드는 물론 “져주기 게임” 사태로 나라 망신의 주범처럼 몰리고 있다. 그야말로 프리마돈나의 모습을 보여준 것이다. 지도자들은 평소 셔틀콕의 천변만화하는 비행모습을 보며 잠시 생각을 잘못하면 언제 어떤 모습으로 추락할지도 모른다는 인생의 원리를 알고, 가르치기도 했어야 했다.

 

 

 

ⓒ 스포츠둥지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