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김학수(한체대 스포츠언론정보 연구소장)

 

 

      지난 수십 년 사이 세계 스포츠에서 나타난 가장 근본적인 변화는 여성들이 대거 스포츠에 참여하게 됐다는 점이다. 이달 말 개막될 런던 올림픽은 여성 스포츠가 마침내 남자 스포츠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첫 역사적인 올림픽으로 자리를 잡게 됐다. 여자 복싱이 새롭게 올림픽 종목으로 추가됨으로써 남자 종목이 있는 전 종목에서도 여자 종목이 열리게 된 것이다. 1896년 아테네 올림픽이후 근대올림픽에서 처음으로 양성 평등이 완벽하게 구현된 셈이다.

런던 올림픽에 참가하는 1만 500여명의 선수중 약 40%에 해당하는 4천200여명 정도가 여성 선수들이며 200여 참가국 모두 여성 선수들을 출전시켰다. 미국 선수단의 경우 이번에 사상 처음으로 여자 선수들이 남자선수들보다 많다. 미국은 여자 269명, 남자 261명의 선수들을 각각 출전시켜 더 이상 여성이 올림픽에서 차별받지 않음을 보여주었다. 대한민국 선수단은 남자 134명, 여자 111명을 각각 출전시켜 아직은 남자 선수비율이 다소 높은 편이다.


런던 올림픽에서 출전국 모두 여자 선수들이 참가할 수 있게 된 것은 사우디 아라비아, 카타르, 브루나이 등 3개 이슬람 국가들이 그동안 관행적으로 시행했던 여자선수의 올림픽 출전 금지를 전격적으로 해제했기 때문이다. 사우디 아리비아는 국제 올림픽 위원회(IOC)와 국제 사회 등의 설득과 압력으로 가장 늦게 여자 선수 2명을 올림픽에 사상 처음으로 출전시키기로 했다.

 

 

 

그동안 올림픽에서 여자 종목은 차별과 냉대로 소외를 당했다. 1984년 LA 올림픽 직전까지만해도 여자는 마라톤에 출전할 수 없었으며,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에는 26개국의 출전국이 여자선수들을 참가시키지 않았다. 미국도 1972년 발효된 Title IX법[각주:1] 이전 만해도 여성들은 스포츠에서 차별을 많이 받았다. 교육개정법의 하나로 여성의 교육 참여 기회를 남성과 동일하게 만들자는 내용을 담고 있는 Title IX법의 시행으로 여성들의 스포츠 참가가 본격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었다.

 

우리나라 여성스포츠도 험난한 길을 걸어왔다. 역대 올림픽에 출전한 선수가 적어 올림픽 성적이 남자에 비해 뒤떨어졌다. 64년 전인 1948년 런던올림픽에서 67명의 선수단 중 여성으로 단 1명이 출전했다. 유일한 여자선수로 육상 창던지기에 출전한 여고생 박봉식이 주인공이었다. 그녀는 국제대회의 경험이 전혀 없어 두 차례나 파울을 범하다가 마지막 한 번의 기회에서 33m80을 던졌다. 런던대회 여자 우승기록 41m92에 크게 미치지 못하고 하위권으로 밀렸다. 런던올림픽 이후에도 여자 선수들은 남자 중심의 선수단 운영으로 적은 인원이 출전했다. 여자가 올림픽에서 첫 메달을 딴 것은 1976년 몬트리올 올림픽에서야 가능했다. ‘날으는 작은 새’로 불린 조혜정 등이 주축이 된 여자배구팀이 대한민국 구기 사상 처음으로 동메달을 획득했던 것. 몬트리올 대회에서 여자배구팀의 동메달은 의미가 컸지만 레슬링 양정모가 건국이후 첫 올림픽 금메달을 따는 바람에 다소 퇴색될 수 밖에 없었다. 첫 여자 올림픽 금메달리스트가 탄생한 것은 1984년 LA 올림픽에서였다. 첫 올림픽 정식종목이 된 양궁에서 서향순이 당시 세계 랭킹 1위 김진호와 중국 선수를 누르고 대망의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서향순의 첫 금메달이 탄생한 이후 한국여성 스포츠는 그동안의 설움을 딛고 본격적으로 강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하계올림픽에서 26개의 금메달(배드민턴 혼합복식 포함)을 획득했으며 동계 스포츠에서는 전이경(1994년 릴리함메르 동계올림픽 2관왕), 나가노 동계올림픽 2관왕)과 김연아(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 여자피겨 싱글 금메달)등을 배출했다. 구기종목에서도 1988년 서울올림픽과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에서 여자핸드볼이 2연패의 위업을 달성했다. 여성스포츠는 올림픽 이외에 여자 프로골프에서 1990년대 중반 박세리의 등장이후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100승을 달성하기도 하며 최나연, 신지애, 서희경, 박인비 등이 세계 골프의 강자로 군림하고 있다.


이번 런던올림픽에서도 대한민국 여성 선수들의 선전이 예상된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여자역도에서 금메달을 수상한 장미란은 2연패를 차지, 세계 최정상의 자리를 굳힐 기세이다. 장미란은 올림픽, 세계선수권, 아시안게임 우승 등으로 이미 그랜드 슬램을 달성한 바 있다. 전통 강세종목인 여자 양궁의 기보배, 배드민턴의 성지현, 펜싱의 남현희 등도 올림픽 금메달에 도전할 전망이다. 한국 낭자들이 예상한 바대로 선전을 한다면 ‘10-10(금메달 10개, 종합 순위 10위)’ 목표 달성이 한층 수월할 것으로 기대된다.


런던 올림픽에서 세계 여성 스포츠가 많은 발전을 이루었지만 아직도 해결해야할 여러 과제들이 있다. 여자 복싱이 처음으로 메달 종목으로 채택됐으나 3개 체급에 불과해 남자(10개체급)에 비해 크게 적은 편이며 전통적인 여자종목인 소프트볼은 아예 종목에서 제외됐다. 여성의 상품화 현상도 여전해 배드민턴과 여자복싱은 한때 스커트를 착용할 것을 의무화했다가 반대에 부딪혀 선택적으로 운용토록 했다. 테스토스테론(남성호르몬) 성별 테스트 등의 새로운 IOC 성별 검사 등은 여자선수를 남성적인 잣대로 삼아 과학적인 검사보다는 사회적 통념에 의해 판별하는 인권 침해적인 요소가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올림픽 출전 종목에서 양성 평등이 실현됐다고는 하지만 이러한 문제점들이 해결되지 않고서는 올림픽에서 진정한 양성 평등은 아직도 가야할 길이 멀다는 점을 시사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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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 Title IX란 무엇인가? Titile IX(9)은 1972년 6월 23일 美국회를 통과한 교육개정법의 하나로 여성의 교육 참여 기회를 남성과 동일하게 만들려는 노력의 구심점으로서 시작되었으며, '미국의 어떤 누구도 그의 성별에 근거하여 교육 프로그램 또는 연방 재정 보조 활동을 받는 혜택에 대한 차별을 받지 않을 권리가 있다.'는 것이 주된 내용이다. 연방의 재정 혜택을 받는 모든 교육기관은 이 법을 지켜야 한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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