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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의 김연아, 박태환을 탄생시키고 싶다면?

                                                                                         글 / 김경원(서원대 레저운동관리학과 교수)


요즘 사회적으로 영재교육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스포츠 분야도 예외가 아니어서 ‘스포츠 꿈나무’로 일컬어지는 스포츠 영재 선별을 위해,
스포츠심리학 등
스포츠과학의 하위 학문 영역들에서 이에 대한 연구가 시작되고 있다.

특히 조기교육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가급적 어린 나이에 스포츠 영재를 발굴하여 육성하고자 하는
노력이
체육과학연구원의 꿈나무선수 발굴사업과 체육인재육성재단의 지역별 체육영재센터 사업
등을 통해
제도적 차원에서 활발히 전개되고 있다.

이를 통해 과연 제2, 제3의 박태환과 김연아가 탄생할 수 있는 것인가?
그리고 이를 위해서 우리가 고민하고 해결해야 할 점은 무엇인가?

스포츠 수행력은 개인의 신체적 조건과 심리적 특성 그리고 환경적 조건들 간의 상호작용의 결과이다.
체력이나 체격과 같은 신체적 조건이 아무리 뛰어나도 성취동기나 집중력 등과 같은 심리적 특성
혹은 지도자의 능력이나 부모의 지원 등과 같은 환경적 조건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최고 수행을 기대하기 힘들다.


스포츠 꿈나무 선발과 관련한 현재의 스포츠과학의 수준에 대해 생각해보자.

우선적으로, 사춘기를 아직 거치지 않은 한 아동의 최종 신장이 어느 정도 될지는 스포츠과학뿐
아니라
의학이나 발육발달 분야에서도 아직 높은 신뢰도를 가지고 예상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또한 종목별 수행력 구성요인들에 대한 정확한 지식도 미비하다.
예를 들어, 세단뛰기의 미래 수행력 향상을 예측하는 데 있어 현재의 세단뛰기 기록보다는
포환던지기나
신장 혹은 체중이 더 높은 신뢰도를 보인다는 결과가 있다.
즉, 현재의 수행력이 미래의 수행력 향상을 보장하지 못함을 뜻한다.

또한 스포츠에서의 성취동기가 지금은 높다하더라도 그것이 계속 유지되거나 강화된다는 보장이 없다.
운동 중도포기나 탈진과 관련한 연구들에서 입증되었듯이, 과도한 경쟁 스트레스 상황에서
지도자나 부모와 같은 주요 타자들의 성공에 대한 압박은
어린 선수들의 스포츠에 대한 동기를
상실시킬 수 있는 중요한 원인이 된다.


이러한 스포츠과학의 현실을 배경으로 스포츠 꿈나무에 대한 문제를 교육적 시각에서 살펴보자.
우리나라의 현행 스포츠 제도를 볼 때 뚜렷하게 부각되는 현상이 두 가지가 있다.

첫째, 운동을 시작하면서 어린 선수들의 삶은 전적으로 운동 위주로 구조화되며,
많은 훈련시간과 시합 참가로 인해 수업 결손을 경험하게 되면서 심적 갈등을 겪게 된다.

에릭슨이 심리사회이론에서 주장한 것처럼, 사춘기에 접어들면서 청소년들은 자신이 누구이며
무엇을 하는 사람인지 그리고 인생문제에 대해
고민을 하게 된다.
바로 이 시점에서 청소년들은 다른 선택의 여지없이 스포츠에만 몰입해야 하는
자신의 현실에
대해 자연스럽게 회의하게 된다.


발달심리학적 관점에서 운동 중도포기가 바로 이 연령층에서 높아지는 것이 결코 우연이 아니다.
최근  ‘초등 운동부 합숙 전면금지’나 ‘초·중·고 축구 전국대회 폐지 및 지역리그제 전환’ 또는
‘운동선수 최저학력제 도입’ 등과 같은 개선 방안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고 청소년 선수들의
전인적 성장에 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째, 대부분의 종목에서 스포츠 꿈나무는 현재의 경기력을 기준으로 결정된다.

이러한 방식은 상대적으로 어린 나이에 최고 경기력이 발현되는 여자 체조나 수영 또는
피겨스케이팅과 같은 종목에서는 타당할 수 있다.
그러나 근력이나 근지구력 또는 심폐지구력이 경기력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종목들에서는
사춘기 이전이나 청소년기의 경기력이 성인기에서의 성공을 결코 보장하지 못한다.

우리나라 스포츠 분야에서 일반화되어 있는 시합 성적 위주의 현행 꿈나무 선별 제도는
조기 성장아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하다.
이에 반해 시기적으로 늦은 성장과 발달로 인해 만숙아들은 스포츠 재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현재의 시합 성적이 좋지 않은 관계로 운동 기회를 박탈당하고 운동을 중도 포기하게 된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고자 과거 동독은 어린 선수들의 성숙도를 고려한
『재능 적합도 판단 기준 프로그램』을 활용하였으며,
최근 우리나라도 체육과학연구원에서
이와 유사한
『스포츠적성진단시스템』을 개발했다.
1968년 멕시코올림픽 400m 허들에서 세계기록으로 우승했던 영국의 데이비드 헤머리는
다양한 종목의
많은 세계 수준의 선수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조사 대상 선수의 70% 이상이
신체적 만숙아였음을 알아냈다.

이러한 결과는 꿈나무선발과 육성에 있어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


스포츠 영재는 타고났는가?

과학, 수학, 음악, 언어 분야 등에서 영재가 존재하듯 스포츠 영재도 분명 존재할 것으로 생각된다.
그러나 현재의 스포츠과학 수준에 비추어 높은 신뢰도를 가지고 스포츠 영재성을 판별하는
것은 쉽지 않다.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의 현행 스포츠 제도는 스포츠 영재성을 가진 어린 아동이
영재성을 발현시키기에
결코 유리한 조건이 아니다.
이러한 현실에 비추어 우리는 과연 무엇을 할 수 있으며 해야만 하는가?

과학의 수준이 아직 신뢰성을 확보하고 있지 못하다면 이를 제도적 차원에서 보완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에 대한 총론적 성격의 답은 이미 위의 언급에 나와 있다.
즉, 스포츠 영재 선별의 오류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스포츠과학의 수준을 높이면서
선별된 잠재적 영재들이 현재의 수행력에 관계없이 영재성이 발현될 수 있는 시점까지
운동을 지속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우리가 ‘대기만성형’ 이라고 일컫는 선수들이
바로 이 경우에 해당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스포츠 영재는 존재한다.
그리고 그 영재가 꽃을 피울 때까지 물을 주고 가지를 치며 가꾸어 가는 것은 전적으로 우리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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