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박현애(이화여자대학교 및 동대학원 강사)

 

        스포츠에 대해서는 운동감각이라고 불리는 선천적인 운동기능 감각이 없는 경우, 스포츠를 제대로 느끼기란 쉽지 않다. 물론 운동기능적인 감각을 지니고 있는 경우에도 깊이 들여다보지 않으면 스포츠는 단지 승패로 시작하여 끝을 맺는 일이 되기도 한다.

 

스포츠 활동이란 신체로 행하는 것이고 수행하면서 느껴지는 일련의 활동에 귀를 기울이는 것이 1차적 진입 경로일 텐데, 이는 모든 이에게 허용되어 있지 않다. 잘하지 않으면 맛을 모를 것이고, 그 고유의 맛을 보지 못한 이에게 스포츠란 먼 달 구경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경험한 우리 학교 체육의 구조에서는 더욱이 스포츠 행위를 선천적인 능력으로 치부해버리려는 경향이 짙다. 신체활동의 효율성과 경제성, 그리고 자기 신체의 기계적 활용정도가 목적이 되고 이를 평가하는 구조에서는 스포츠를 알아가거나 나아가서 느끼는 일은 뒷전으로 밀어 놓았기 때문이다. 기껏해야 신체를 활용한 행위에서 순간적인 즐거움을 느끼는 것이 전부이다.

 

 

 

 

스포츠로의 평등한 진입로 – 스포츠 감상

이렇게 스포츠로의 길은 편협한 진입로 외에는 없는 것일까? 물론 스포츠의 문은 여기에서 굳게 닫히지 않는다. 여전히 스포츠는 우리에게 눈에 보이는 그 이상의 무엇이 있다고 끊임없이 말을 걸어온다. 다른 문화에 비하여 비교적 빈번히 우리의 일상의 문을 두드린다. 스포츠 행위와 관련되어 있지 않는 일을 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열려있는 스포츠로의 문은 ‘감상’이다.


월드컵 때면 많은 이들이 광화문 거리로 나오고, 올림픽이면 텔레비전 앞에 모인다. 야구시즌이면 야구에 관한 소소한 일들도 신문과 뉴스를 차지하고, 멋진 스포츠 행위들을 모아놓은 동영상을 보며 경이로움을 느끼기도 한다. 이와 같이 스포츠 감상은 원하는 모든 이에게 열려진 스포츠 세계로의 평등한 진입로이다. 깊이 있는 스포츠 감상이 바로 팬임을 자처하며 끊임없이 열광하고 울고 웃는 스포츠만이 지닌 저력의 근원일 것이다.

 

 

스포츠의 단계별 감상법

스포츠를 감상하는 것도 인간이 만든 모든 일에서와 같이 단계별 사고가 요구된다. 그리고 단계별로 상승 이동될 때 더 많은 것을 얻을 수 있고, 비로소 실재에 가깝게 된다.


첫째는 이기고 지는 것에 몰두하는 것이다. 일반적인 감상행위로 느껴지는 첫 번째 단계에 다소 지쳤다면, 그 다음 단계는 수행하는 아름다운(분명한 목적을 달성하려는) 몸의 움직임, 혹은 전체적 스포츠 흐름을 이해하는 과정의 해체와 종합적인 사고일 것이다.

 

이후 더 깊은 이해를 원하는 감상자가 얻을 수 있는 다음 단계는 내적 스포츠의 깊은 이해로서 이는 삶의 응용까지 가능하게 할 수 있다. 스포츠 안에서 인생을 보는 것이다. 보다 높은 단계로의 감상이 이뤄질 때, 혹은 이를 원할 때 비로소 스포츠만의 인문적 측면-가끔은 매우 직선적이고 때로는 매우 심오한 깨달음을 주는- 즉 스포츠 세계의 이해와 일상세계로의 반영이 가능하게 된다. 스포츠 세계가 주는 심오한 이야기들은 일상의 복잡하고 민감한 일에 용기를 주거나 도전을 가능하게 하며, 다양한 형태의 삶의 모습을 보여준다.


다리에 쥐가 나 더 이상의 도전이 어려운 상황에서도 자신에게 주어진 기회를 포기하지 않고 도전하여 끝까지 역도 바를 놓지 않던 이배용 선수의 베이징 올림픽의 순간, 41회의 마라톤 풀코스 완주, 20여년의 마라톤 인생을 거치며 전설이 된 이봉주 선수, 17년째 깨지지 않은 한국 여자 100m 신기록을 보유한 이영숙 선수는 그 과정에서 자신의 기록(한국기록)을 7번이나 갱신해 자신에 끊임없이 도전하는 모습으로 감동을 준다. 또한 위기의 상황에서 위트 있는 플레이로 스포츠의 경쾌함을 주었던 김재박 선수의 모습은 우리의 삶에 대한 모습을 바꾸어 놓기도 한다. 어려운 가운데 힘을 낼 수 있게 도와주기도 하고, 때로는 침체로 인한 고민의 방에 더 이상 갇히지 않고 위트있게 뛰어오르도록 도와준다.

 

 

스포츠, 의미있는 감상 - 촉수 기르기

스포츠는 보려는 사람에게 더 많은 것을 보여준다. 보려는 이에게 이전에 눈에는 보여도 가슴으로 볼 수 없던, 느낄 수 없던 것들을 조근 조근이 이야기 해준다. 단지 ‘나이만 드는’ 사람과 인생의 깊이가 하나씩 새겨져 ‘나이를 이룬’ 사람들 간에 차이가 있는 것처럼 스포츠는 들여다보는 사람에게는 더욱 풍부한 이야기들을 내 놓는다.

 

보다 깊이 보아야 얻을 수 있는 것들이 있다. 개인의 독특한 시선, 혹은 심오한 시선으로 파생된 그 안의 울림은 스포츠 감상자를 더 이상 승패에 전전한 우매한 인간군의 무의미한 행위로 만들지 않는다. 하나하나 인간 행위를 통한 창작물로서 다양한 세계로의 문을 열어준다. 이렇게 스포츠 감상에 대한 촉수를 길러서 깊이 들여다보면, 스포츠는 순간과 과정이 고스란히 의미를 가지고 더 많은 이야기를 해줄 것이다.

 

삶이 얼마나 풍요로워질 수 있는지, 그리고 삶의 주인으로서 어떻게 살아야 좋을지 해답을 제시해줄 것이다. 이것이 바로 스포츠가 인간에 의해 만들어지고 행해지는 문화로서 기나긴 역사를 가지고 지금 이 시대에 분명한 모습으로 존재하고 있는 진정한 이유일 것이다. 겉으로는 박진감 넘치는 흥분된 모습을 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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