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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녀원칙을 고수하는 스포츠 ‘보이클럽’

 

 

 

글/김학수(한체대 스포츠언론정보 연구소장)

 

 

   이번에도 ‘금녀원칙’은 깨지지 않았다. 화사한 봄꽃이 만발한 꿈의 무대에서 여성평등의 새 싹은 끝내 움트지 못했다. 지난 8일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에서 끝난 올 첫 메이저대회인 마스터스 골프토너먼트에서 바라던 첫 여성회원의 탄생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여성회원이 유력시됐던 I.B.M. CEO 버지니아 로메티(54)는 18번홀 주변에서 관중속에 섞여 경기를 참관한 모습이 미국의 주요 언론에 사진과 함께 보도됐다. 여성회원이 됐으면 그린자킷을 입고 시상대에서 우승자와 함께 자리를 했었을 터였는데 오거스타 골프클럽의 여성 회원 불허방침은 종전처럼 철옹성이었다.


 올해 대회서는 여느 해보다도 여성 회원을 허용하라는 목소리가 거세게 들렸다. 마스터스대회 3대 스폰서의 하나인 I.B.M CEO가 여성이었던 탓이었다. 마스터스 골프토너먼트는 AT&T와 엑슨 모빌과 함께 오랫동안 마스터스 토너먼트 스폰서를 맡았던 I.B.M CEO에게 회원자격을 부여해 시상식에서 그린자킷을 입고 참여토록 했던게 관례였다.

 

애당초 I.B.M CEO가 남성이었으면 별 문제가 없었다. 그러나 올 초 로메티가 사상 처음으로 여성 CEO로 임명되면서 그녀의 오거스타 회원자격여부가 큰 관심을 모았다. 오거스타는 그동안 단 한 명의 여성도 회원으로 받아들이지 않는 원칙을 철저하게 지켜왔지만 올해는 분위기 자체가 달랐다. 지난 1990년대 처음으로 흑인에게 회원자격을 부여할 정도로 엄격한 회원자격룰을 적용해왔던 오거스타 골프클럽은 올 마스터스 대회를 앞두고 미국 각계의 거센 압력을 받았다.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오거스타 골프클럽이 이제는 여성들에게도 회원자격을 허용해야한다”며 ‘금녀원칙’을 깰 것을 촉구했다. “내 경우도 어머니, 할머니, 아내, 딸 등 여러 여성들이 많은 영향을 주었다”고 “여성들이 50% 이상의 노동력을 제공하고 있는 미국에서 오거스타 골프클럽은 남자 편향의 회원운영을 이제 지양해야한다”고 말했다. 공화당의 유력한 대통령 후보 미트 롬니와 전 대통령후보였던 존 매케인 상원의원(아리조나주)도 오바마와 같은 입장을 보였다.


하지만 오거스타 골프클럽측은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빌리 페인 회장은 대회 직전 공식 기자회견에서 “개인 회원권문제는 골프장측이 얘기할 수 없는 개인적인 일이다”며 거론 자체를 회피했다. “첫째, 우리는 개인적인 문제를 언급하지 않는다. 둘째, 특히 특정인의 이름이 거명될 때도 말하지 않는다”며 개인적인 문제임을 분명히 했다.
비단 오거스타 골프클럽만 ‘보이클럽’을 고수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스포츠에서 아직도 ‘금녀원칙’을 철저히 지키는 배타적인 운영을 하는 곳이 여러 군데 있다. 대표적인 것이 사우디 아라비아와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이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올 여름 런던 하계올림픽에 여성 선수들의 참가에 대해 지원금을 주지 않기로 했다. 사우디 아라비아 체육성 장관이며 국가올림픽위원회 위원장인 나와프 빈 파이잘 왕자는 “여성 스포츠 활동은 존재하지 않는다. 앞으로도 여성 스포츠 정책에 어떠한 변화도 없을 것이다”고 못박았다.

 

IOC도 금녀의 공간인 ‘보이클럽’으로 유명하다. 스포츠라는 이름으로 단합과 독재가 합법화된 IOC는 여성들의 진입을 막기위한 장벽으로 둘러져있다. 후안 안토니오 사마란치 IOC 위원장시대였던 1981년에야 처음으로 여성 IOC 위원이 탄생했다. 지금은 IOC 부위원장이 여성이 맡았고 국제경기연맹회장도 영국의 앤 공주, 스페인의 필라 공주 등이 이끌고 있는 등 전체 IOC 내에서 여성 위원이 16% 정도이나 아직도 갈 길은 멀다. 차별 금지법 조항을 두고 있는 IOC는 지난 1970년부터 1991년 남아공화국을 아르파헤이드(인종차별정책) 때문에 참가자격을 금지시킨 바 있지만 막강한 오일달러를 앞세우며 여성 스포츠를 차별하는 사우디 아라비아에 대해선 이렇다할 제재조치를 취하지 않는다.


사실 오거스타 골프클럽은 하나의 개인골프장의 문제만이 아니다. 오거스타는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개인골프장으로서 상징적 의미가 아주 크다. 따라서 오거스타는 ‘금녀원칙’을 깨고 좀 더 열린 마음으로 생각을 바꾸고 세계 스포츠의 한 축인 골프에서 선도적인 자세를 보여야 한다는게 대체적인 판단이다.


이번 마스터스 대회를 참관한 관중들 사이에서도 오거스타의 기존 전통이 바뀌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사우스 캐롤라이나 대학 신입생인 줄리안 헤이어스는 “남자들이 먼저 시작한 오거스타의 역사를 충분히 이해한다. 그러나 정치인들이 여성들은 스포츠에서 차별을 받으면 안된다고 말한 것은 바람직하며 오거스타도 실제적인 사회적 규범에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오거스타 골프클럽을 비롯해 남자들만 바글바글 거리는 ‘보이클럽’들이 날로 커져가는 여성파워의 파고 앞에 얼마나 버틸 수 있을 지 궁금하다.  

 

 

 

 

ⓒ 스포츠둥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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