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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토르 안, 쇼트트랙 황제에서 매국노로 불리게 된 남자

 

 

 / 이철원

 

 

 

 

  한때는 빙상 국민영웅이었으나 지금은 자신의 소식을 숨긴 채 운동에만 전념하는 한 선수의 이야기를 들려드릴까 합니다.

 

2006년 토리노 동계 올림픽, 한 선수는 자신의 두 번째 올림픽을 위해 이를 악물고 달려왔습니다. 김동성과 함께 출전했던 지난 2002년 솔트레이크 올림픽에서는 쓴 맛을 봤기 때문입니다. 결국 그는 토리노에서 압도적인 기량으로 금메달만 3개를 획득하며 세계 최고 선수로 인정받게 됐습니다.

 

 

2010년 국가대표 선발전 당시 안현수 (c) 이철원

 

 

이후, 그 선수는 대표팀 훈련 중 큰 부상을 입게 되고 오랜 시간 재활에 매달리게 됩니다. 과거부터 지속된 빙상 파벌 싸움의 한 가운데서 오랜 시간 마음고생을 하던 이 선수는 재활 후 국가대표 선발전에 다시 도전했지만 아쉽게도 훈련부족을 이기지 못하고 한 등수 차이로 태극마크 재획득에 실패했습니다.

 

소속팀인 성남시청이 해체되는 불운까지 겹친 쇼트트랙 황제는 계속되는 파벌 논란과 자비 훈련을 감당하지 못하고 결국 러시아 행을 택하게 됐습니다. 계속해서 스케이팅을 하고 싶었던 그에게 2014년 소치 동계올림픽을 유치한 러시아가 자국 선수들의 기량향상을 위해 전폭적인 지원을 약속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모두가 알듯이 그의 국적변경을 놓고 많은 비난 여론이 일었습니다. 네티즌들의 주된 비난 이유는 올림픽 메달리스트로서 연금을 받은 선수가 국적을 변경한다는 것이었고, 두 번째 이유는 병역기피였습니다. 하지만, 이미 아시안게임과 올림픽 금메달로 병역면제를 받은 그에게 병역논란은 무의미한 것이었고, 연금역시 자신의 젊은 날을 바쳐 국가의 스포츠 발전에 헌신했던 그가 당연히 받았어야 될 보상이었기에 이 논란은 그저 한낱 ‘악플러’들의 힐난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수많은 논란을 뒤로하고 러시아행을 택한 쇼트트랙 황제안현수를 러시아 모스크바 크리라츠코예 빙상장에서 우연히 만나게 됐습니다.

 

러시아에서 열린 스피드스케이팅 올라운드 세계선수권대회에 한국팀 통역으로 참가했던 필자는 물론, 김민섭 대표팀 코치와 이승훈 선수 역시 예상하지 못했던 만남이었습니다. 시합 마지막 날, 안현수는 예고도 없이 빙상장을 방문하였고, 이십 여분의 짧은 시간동안 대화를 나누고 사라졌습니다. 한국체육대학교 선후배 사이로 평소 친분이 두터웠던 김민섭 코치와 이승훈도 어느 순간 안현수와 연락이 끊겨서 그의 근황을 알지 못했었다고 합니다. 그만큼 안현수는 모든 것과의 연을 끊은 채 러시아에서 운동에만 집중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절친한 선후배 사이인 이승훈이 그의 새로운 연락처를 물어봤을 때도 그는 그저 문자메세지 연락처만 알려주었다고 합니다. 아직까지는 자신의 소식이 국내에서 논란이 되는 것을 원치 않았기 때문입니다.

 

저 역시 그의 의견을 존중하고자 그 어떤 질문도 하지 않았고, 사진 촬영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저 안현수는 국내에서보다 한결 밝아지고 심리적으로 안정된 모습으로 러시아 생활을 해나가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한 포털 사이트에서 안현수의 러시아 이름 빅토르 안을 검색하면 연관 검색어로 안현수 매국노가 나옵니다.

 

대한민국의 자랑스런 스포츠 영웅을 매국노로 만들어버린 것은 파벌싸움이나 소속팀 해체가 아닌, 한때 그를 열렬히 응원하던 우리들이지 않을까요?

 

 

 

ⓒ 스포츠둥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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