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김 종 (한양대학교 스포츠산업과 교수)


대개의 팬들은 소풍 가는듯한 들뜬 기분으로 경기장을 찾는다.
맥주 한잔에 오징어 뒷다리를 씹는 감칠 맛을 즐기면서 치어걸 율동에 맞춰
함성을 지르는 그림을 그리는 남성 팬. 막대풍선을 힘차게 두드리다가 좋아하는 선수가 안타를 치면
일어나서 한 댄스 하는 그림을 그리는 여성 팬. 좋아하는 햄버거를 먹으며 따분한 교실과는
판이하게 다른 분위기를 즐기다가 파울 볼이라도 하나 챙기면 보물을 얻은 듯한 그림을 그리는 어린이 팬.

이들은 응원하는 팀이 이기면 경기장을 나올 때 모자나 사인볼 혹은 점퍼를 사면서
자기가 와서 이긴 게임을 나름대로 머리 속에 기억시켜 놓기도 한다.
그리고 팬들은 표 값보다 다른 곳에 더 많은 돈을 쓰게 된다는 것을 알지만 경기장을 찾을 때는
최소 그 정도는 감수해야 하는 당연한 것으로 여긴다.

광고사업을 포함해 경기장에서 이런 팬들의 욕구를 맞춰주면서 돈을 버는 사업이 경기장 사업이다. 미국 프로리그에서 이 사업은 무시할 수 없는 큰 규모의 사업으로 성장해 있다.
4인 가족이 경기장을 방문했을 때 드는 비용을 의미하는 팬 비용지수(Fan Cost Index)를 보면
이 사업의 규모를 대충 짐작할 수 있다.

FCI는 성인티켓 2장, 어린이 티켓 2장 맥주 2잔, 핫도그 4개, 승용차 1대 주차비용, 프로그램 2권,
모자 2개를 사는데 드는 비용을 말한다.
종목 및 경기장 별로 다르지만 MLB(메이저리그)의 경우 지난해 평균 FCI는
약 23만원인 것으로
발표되었다.
이는 티켓 값 이외에 관중 1명당 약 2만7000원 가량을 쓸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뜻한다.
메이저리그 총 관중 7900만 명이 평균적으로 그렇게 쓴다면 그 규모가 2조를 훌쩍 넘는다.

국내는 아직 이런 지표가 개발되어 있지 않지만 올해 5월 잠실야구장을 찾은 가족관중,
문학경기장 관중, 서울 시내의 여성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 의하면 입장료를 제외한 비용을
최소 1만원 이상 지출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경기장을 찾는 팬들은 적어도 입장료보다는 더 쓴다는 것만은 분명하다고 볼 수 있다.

지난해 프로야구를 관람했던 525만 6000명의 야구 팬들은 관람권을 구입하는데 쓴 돈은
총 249억 원이었고, 올해는 9월 9일 현재 프로야구 관람객 540만 명이 310억 원을 썼다.
지난해 평균입장료는 4738원, 올해는 5731원으로 팬들은 지난해보다 1000원 가량 더 지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장을 찾는 팬들이 ‘입장료 외에 최소 1만원 이상 쓴다’는 조사결과가 신빙성이 있다면
국내 경기장사업 규모도 입장수입보다 약 2배정도 크다고 짐작할 수 있다.


그런데도, 국내에서 이 사업은 왜 영세규모를 면치 못하고 있을까?

첫째 이유는 식음료 판매, 기념품 판매사업자들이 규모의 경제를 실현할 여건이 갖추어져 있지 않고
여력이 없다
는데 있다.
만일 사업자들이 연간 약 1000만 명에 달하는 국내 스포츠관중 전체를 대상으로 사업을 전개할 수 있다면
아직 미개척지인 이 분야를 큰 사업으로 발전시킬 수 있다.
예를 들면 여름이면 야구, 축구장에서 겨울이면 농구, 배구장에서 두 세 개의 사업자가
전국의 경기장을 대상으로 같은 품목으로 사업을 할 수 있다면 규모를 키울 수 있겠지만
사업여건이나 사업자의 여력이 그렇지 못하다.

둘째는 경기장 임대계약이 발목을 잡고 있다는데 있다.
경기장 사업은 경기장 소유주인 ‘갑’과 장기입주 구단, 단기임차인, 매점사업자 등의 ‘을’이
경기장관리사업자를 통해 계약을 맺는다.
그리고 경기장 사업자는 ‘을’의 위치에서 프로구단이나 이벤트주최측의 ‘갑’과 계약을 맺는다.
잠실야구장을 예로 들면 경기장 소유주는 서울시이고 관리는 서울시체육관리사업소가 맡고 있다.

두산베어스와 LG트윈스는 장기입주자, 단발성 이벤트 주최측은 단기임차인이다.
야구장 매점사업자는 2 구단과 계약을 맺고 관중들을 대상으로 상품을 판매한다.
몇 개의 고리로 연결된 이 사업은 거래 단계별 사업주체가 이익을 남기게 될 때 각 사업자가
시설 및 서비스개선에 재투자를 하게 되고, 이에 만족한 관람객은 돈을 더 쓰게 되는 선순환 구조가
이루어진다.

그런데 국내 프로구단이 입주한 대부분의 경기장 사업은 구단과 자치단체의 첫 연결고리가 문제다.
외국경기장과의 가장 큰 차이점은 국내구단과 미국구단처럼 20-30년 기간의 장기임대계약이
어렵다는데 있다. 잠실야구장의 경우 최장 3년의 임대기간이 끝나면 이전 계약기간 구장수입을 감안한
재계약을 해야 한다.
이런 단기계약체제는 계약조건이 수시로 바뀔 불확실성 때문에 구단이 장기적인 안목의
과감한 투자를 망설이게 만든다.

들뜬 팬들이 경기장에서 기분 좋게 쓰고 나가게 하려면 걸 맞는 시설이 있어야 하고
제품의 품질이 눈 높은 팬들의 수준에 맞아야 한다.
그런데 이 두 가지 요인이 황금시장이 될 수 있는 경기장 사업을 영세시장 수준으로 묶어놓고 있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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