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채관석 (공군사관학교 교수)

럭비 규칙 변화와 심판의 역할

최근 럭비는 2016년 브라질 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이후, 우리나라에서는 올림픽에서의 메달 획득을 목표로 하여 럭비의 중장기계획 수립과 함께 여자 국가대표팀의 창단, 국내경기에 대한 TV 중계 등을 통해 국내 럭비의 활성화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는 모습이 보인다. 그러나 여전히 우리나라 럭비는 팀과 선수의 부족, 프로팀의 부재, 경기 장소의 부족, 1년에 겨우 1-2차례 정도로 중계되는 제한된 TV 방송 등 다양한 요인에 의하여 비인기 종목으로 앉아 있다. 또한 이러한 요인이외에도 비인기종목으로 자리잡은 근본적인 이유로서 럭비경기는 과격하여 신체부상으로 다치기 쉬우며, 복잡한 규칙으로 인하여 경기를 보는데 이해하기 어렵다는 일반사람들의 인식이 널리 깔려 있기 때문으로 생각된다. 실제로 인터넷으로 럭비에 관련된 기사를 검색하여 보면, “거친 사나이들의 불꽃 튀는 대결!”, “남성 스포츠 럭비!”, “괜찮다, 갈비뼈가 붙어가는 중이다”, “체력이 부족해도 정신력으로!”, “여자가 럭비를 해요?“ 등의 제목으로 표현함으로써 럭비를 공격과 신체 부상이 많은 남성 중심의 스포츠로 각인시키고 있다. 또한 TV 중계에서는 아나운서와 캐스터와 해설자가 191개조 604항에 달하는 규칙을 소개하는데 많은 시간을 할애하여 럭비경기는 이해해야 할 규칙이 많고 복잡하다는 인상을 주고 있다.


그러나 우리가 우려하고 있는 럭비의 과격함과 규칙의 복잡함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와는 달리 영국 등 서구 유럽에서는 럭비가 대중적이며 보편적인 생활 스포츠로 행해지고 있는 이유는 무엇인가
? 우리나라 초등학교에서는 전혀 개설되지 않는 종목이지만 서구에서는 아동뿐 만 아니라 청소년, 여자 등을 대상으로 하여 축구와 같이 학교체육의 주된 프로그램으로 운영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인가? 또한 영국에서 발생된 럭비는 초창기의 폭력적이며 야만적 풋볼 게임으로부터 어떻게 스포츠와 같은 규칙적인 형태로 변화되고 발전된 이유는 무엇인가? 이러한 이유에 대하여 특정 학자들은 스포츠의 발전이 경기규칙의 합리화와 대중화에 의해 가능하였음을 제시하고 있다. Guttman(1978)은 원시 스포츠와 근대 스포츠의 차이를 규칙의 존재로 구분하면서 원시 스포츠가 금기(taboo)와 전통에 의해서 제한받고 규제되어 이루어져 온 반면, 근대 스포츠는 명시된 규칙에 의해 규제되어 이루어짐으로써 발전되었다고 주장하였다. 규칙은 스포츠가 원시적 경쟁에서 탈피하여 보다 조직적이며 체계적인 사회제도가 될 수 있도록 합리화 시켜 주는 도구였다는 것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스포츠 팀을 만들고, 규칙을 제정하고 경기를 체계적으로 운영할 수 있었다.

럭비의 근대화 과정을 살펴보면, 1871년 창설된 영국의 럭비협회는 당시에 시행되고 있는 풋볼을 개선하여 경기 규칙을 새롭게 정비하고 발전시킴으로써 럭비의 기본 틀을 만들었다. 당시 럭비의 선조라고 할 수 있는 풋볼은 청소년들의 폭력성을 조장한다는 사회적인 비판을 받고 있었다. 발로 상대의 정강이를 차는 해킹(hacking), 상대방의 다리를 고의로 걸어 넘어트리는 트리핑(tripping)과 같은 플레이는 과격하고 무질서하여 잦은 신체 부상을 가져왔다. 그러나 더욱 염려스러웠던 것은 이와 같은 플레이로 인해 조장된 청소년들의 폭력성이었으며 교육자나 법률가들은 청소년 선도를 위한 교육적인 차원으로서 경기규칙을 개선해야 한다는 필요성을 인식하게 되었다. 그들은 규칙을 법률(law)이라는 용어로 사용하여 개정하고자 하였고, 오프사이드와 파울 플레이 등 6개 영역 37개항을 제정함으로써 경기의 비폭력성과 합리성을 추구하기 시작하였으며 경기의 이름을 풋볼에서 럭비로 대체하였다. 이후 100여년을 넘어서 1972년에는 총 324쪽에 달하는 경기규칙을 확정하여 경기에 적용하였다. 그러나 여전히 럭비는 볼을 소유하기 위해 상대방 선수에게 신체적인 힘을 가하는 행동이 허용되고 있다는 진술이 경기 규칙집에 공식적으로 제시되어 있어 럭비는 격투적이며 격렬하고 과격한 신체접촉이 요구되고 신체부상이 예견되는 스포츠로 남아있다. 그래서 국제럭비위원회와 많은 나라의 럭비위원회에서는 부상방지를 위한 경기규칙에 대해 지속적으로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없었다.
 
2003
년부터 2010년에 걸쳐 이루어진 최근의 규칙 변경도 선수 안전의 도모, 경기의 즐거움 증진 차원에서 이루어졌다. 국제럭비위원회(International Rugby Board)는 선수들의 체격 증대에 따른 과격한 신체 접촉과정에서 발생될 수 있는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하여 스크럼 상황에서 방어지역의 후퇴, 과도한 태클의 금지, 중요한 규칙 위반선수에 대한 퇴장 조치의 강화 등의 경기 규칙개정을 통해 럭비경기에 대한 안전성 도모를 시도하고 있다. 스포츠에 대한 이러한 경기규칙의 제정과 존재는 스포츠의 흥미를 제공함과 동시에 모든 사람들에게 개방될 수 있는 대중성 강화를 위한 IRB의 노력으로 엿보인다.럭비의 발전은 경기 규칙의 보편적인 확대과정에서 일반 사람들이 럭비 경기 규칙을 얼마나 쉽게 이해하고 실제 럭비 현장에 얼마나 적용하느냐에 달려 있다. 그래서 럭비가 널리 퍼지는 것은 럭비의 역사와 유래, 그리고 규칙의 생성과 발전과정을 파악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또한 일반대중들이 럭비 현장에 더 접근시키기 위해서는 가장 최근의 규칙 변화가 지니는 의미를 파악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할 수 있다.

이와 함께 럭비를 대중화시키는데 가장 중요하고 결정적인 역할을 수행하는 사람은 럭비 지도자라고 할 수 있다. 여기에서 럭비 지도자는 협회의 행정가나 권력가도 아니다. 선수를 지도하는 일선 지도자와 경기를 운영하는 심판이다. 특히 심판은 가장 중요하다. IRB에서 강조하고 있는 선수 안전에 대하여 가장 촉각을 두고 판정에 임해야 한다. 심판은 경기를 리드하는 그라운드의 마술사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심판은 경기결과에 대한 판정보다는 경기가 훌륭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운영의 묘를 잘 살려야 한다. 경기장에서 시합하는 30인의 선수 뿐만 아니라 코칭 스탭, 가족, 주민, 관전자 등을 장악하여 아름다운 경기가 되도록 하여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강인한 체력과 뛰어난 판단능력, 제스처, 카리스마를 보유하여야 한다.

그리고 심판이 구비하여야 할 가장 중요한 것은 럭비 규칙이 지니는 사회 문화적, 역사적 의미를 명확히 이해하고 이를 시합상황에 적용할 수 있는 끊임없는 노력이 필요하다. 왜 스크럼이 있는 지?, 왜 로이터링이 있는 지? 왜 오프 사이드 반칙이 선수를 부상발생이 가능한 위험한 상황에 빠지게 하는지 등 선수들에게 명확히 설명하여 줄 수 있는 규칙에 대한 이론적 지식을 무장하고 있어야 한다.


럭비규칙의 원리

스포츠의 규칙은 목표성취를 위한 합리적인 행동규범으로 제시된다. 국제럭비위원회(IRB)에 의하면, 럭비경기를 지배하는 규칙의 원리는 다음과 같이 세 가지로 분류되고 있다. 첫째, 경기 규칙은 모두를 위한 스포츠(Sport for All) 관점에서 적용되어야 한다. 럭비 경기의 규칙은 각각의 신체조건별, 기술별, 성별, 나이별로 그 수준에 적합하게 적용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예컨대, 16세의 청소년 여학생들과 20세의 성년 여학생에게 적용되는 경기규칙은 서로 동일하지 않으며, 요구되는 경기기술 수준도 다르다고 할 수 있다. 또한 고도의 경쟁적인 시합이나, 즐거움을 위한 생활체육 시합에서 규칙은 상이하게 적용할 수 있다. 경쟁적인 시합에서 스크럼은 팀 간에 서로 밀 수 있지만, 생활체육 럭비에서는 스크럼을 밀지 않는 형태로 운영될 수 있다. 그리고 1900년대 초기에 럭비는 백인이나 귀족들에게만 개방되고 행해짐으로써 인종차별 스포츠, 귀족 스포츠로 간주된 때가 있었다. 그러나 1995년 전통적인 인종차별국가인 남아프리카 공화국에서 개최된 월드컵 결승전에서는 남아프리카 공화국이 뉴질랜드를 누르고 우승함으로써 럭비를 통해 만델라 대통령의 꿈인 흑백통합을 구현하였다.

, 럭비라는 독특한 특성을 유지하기 위해 규칙이 존재한다는 관점이다. 럭비는 스크럼, 라인아웃, , 럭 등과 같이 독특한 형태로 운영됨으로써 다른 구기종목과 현저한 차이를 보인다. 예를 들면, 럭비는 전진하는 과정에서 볼을 앞으로 패스하는 것이 허용되지 않고, 오직 뒤로만 패스하여 공격하는 규칙이 존재한다. 이 백워드(backward) 패스는 다른 구기에 없는 매우 독특한 특성을 지니고 있다. 또한 럭비경기는 게임의 기본 단위가 볼을 놓치거나, 반칙이 발생되기 까지라는 제한적인 상태가 될 때 까지 계속되는 묶음식 형태이며, 이 묶음을 하나하나 해결하는 식이다. 예컨대 스크럼이 형성되면, 볼을 투입하고, 나온 볼을 연결하여 다시 몰이나 럭을 발생시켜 스크러미지를 형성함으로써 반복된 형태의 공격과 수비를 창출하는 것이다. 또한 경기의 재개의 초기에는 팀원들은 완전한 역할 분담에 의한 포지션이 구성되지만, 경기의 전개 과정에 따라 팀원들의 위치와 역할을 유동적으로 정해진다. 예를 들면, 스크럼의 맨 1열에 가담하고 있던 프롭(prop : 기둥이라는 뜻)을 맡은 선수는 제 1차 공격인 몰이나 럭의 후방 위치에서 달려 나오며 볼을 받아 제 2차 공격을 수행함으로써 백스에 위치한 선수의 역할을 교차하여 수행하는 것이다.

셋째, 럭비 규칙은 선수들이 플레이를 하는 과정에서 즐거움을 느끼는데 의미가 있으며, 관전하는 사람들에게도 쉽게 이해되어 보는 즐거움을 만끽하도록 제정되어 있어야 한다. 예컨대, 볼을 들고 패스하며 던지는 놀이(play)하는 즐거움이 있어야 하며, 관전하는 사람들은 선수들의 플레이나 묘기를 보면서 즐겨야 하는데, 선수들의 묘기가 이루어질 수 있는 규칙이 존재하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것은 연속적인 몰의 형성과 볼의 배급, 백스 진의 패스를 방해하지 않도록 하는 업사이드의 적용 등과 같은 것이다. 예컨대 연속적인 몰의 형성과 그에 따른 제23차의 연속적인 공격은 상대방의 진영으로 서서히 전진함으로써 상대 지역을 점령함으로써 트라이(터치다운)하여 득점을 올릴 수 있는 놀이적인 특성을 지니고 있다.

넷째, 적용(application)이다. 선수들은 이 규칙을 준수하고, 공정한 플레이의 원칙을 존중하는 것이 최우선의 의무이다. 플레이는 공정한 규칙에 의해 진행되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 그리고 규칙은 경기의 원리에 따라 경기가 진행되도록 적용되어야 하며, 심판들은 공정성, 일관성을 가지고 경기규칙을 적용하여야 한다. 그리고 선수들과 코치진은 이 규칙을 적용하는 심판들에 대하여 존경심을 가지고 복종해야 한다.


 

                                                                                                                        ⓒ 스포츠둥지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Comment +1

  • 지나가는 행인 2017.09.27 01:45 신고

    럭비 규칙 발전에 대해서 잘써주셨지만
    럭비공을 만져보신 적은 없는것 같네요
    공 사진을 아메리칸 풋볼 공을 올려놓으셨어요
    이런게 탁상공론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