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이태영(스포츠포럼21 상임대표) 



우리나라를 올림픽 강국이라고 한다.
동서화합의 무대를 통해 위기의 올림픽을 구한 것은 물론,
서울 올림픽 이후 다섯 차례 톱10의 자리를 지키고 있으니 큰소리 칠만도 하다.

그런가 하면, 축구 월드컵 4강 신화에 이어 야구 월드클래식에서는 준우승 쾌거를 이루어
스포츠 선진국으로 우뚝 올라 꿈만 같던 세계 정상이 패기 넘치는 태극전사들에 의해 정복되는
성취감을 온 국민이 만끽하고 있다.

이러한 성취가 곧 국가브랜드의 업그레이드로 이어지는 것이기에 국민 사기진작과 사회통합의
효과는 매우 크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국민의 기대치가 너무 커진 탓일까요? 웬만한 세계 금메달로는 팬들을 감동시키기 어려운 게
오늘의 현실이다. 눈이 높아졌으니 감동의 잣대도 높아질 게 당연하지만 최근 언론의 보도를 보면
이 현실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예를 들어 보자. 
유고 베오그라드에서 열린 하계유니버시아드(U) 대회에선 연일 금메달이 나오건 상세한 경기결과는
신문이건 방송이건 찾아보기 어렵다. 신문의 경우 국내 프로스포츠를 머리에 대서특필하면서
어떻게 대학생 금메달 소식은 단신에 간단히 처리하는 것일까?

해외에서 최고성적(금메달 21개, 종합 3위)을 거두었건만 미국 LPGA 우승 소식 뒤에 파묻혀 버렸다.
아무리 수준 차가 있다 해도 올림픽과 U대회, 프로와 대학의 격차가 이 정도인지 의아스럽기만 한다.

그때 그때 국민관심만 쫓으며 인기에 영합하는 미디어의 보도 관행이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닌 줄 알지만,
뉴스 밸류의 평가 잣대 균형 감각이 잘못된 건 아닌지 반문하게 된다.
박태환, 김연아, 신지애에 도취되어 흥분하다가 비인기 그늘에 있는 핸드볼, 역도나
마라톤 선수에는 어떻게 하는지 말이다.
지난 2001년 대구 U대회 때는 그래도 국민적 관심이 많았다.
그 이전, 전주와 무주에서 열린 동계 U대회에선 엄청난 국비가 투입되어 국내 처음으로
점프 경기장을 건설하는 등 그래도 아시안게임 정도의 열기가 어느 정도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고급 호텔까지 지어놓고, 외국 손님들을 융숭하게 대접한 정성에는 개발 목적을 위한 마케팅 차원의
무리가 있었지만 세계 관계자들의 감탄을 자아내기엔 부족함이 없었다.
한국이 세계대학스포츠연맹(FISU)에서 특별대우를 받는 모범국이 된 셈이다.

광주시가 두 번째 도전에서 쉽게 2015년 개최권을 따낸 것도, 이러한 조건이 유리하게 반영
되었을 것이다. 밖에 나가보면 U대회에서 한국이 종합 우승했다는 뉴스도 국내에서만 확인할 수
있었을 테니 말이다.

1970년 대 동계 U대회 해외원정에서 우리나라 빙상선수가 처음 금메달을 땄을 때,
이를 신문에 올리지 않았다는 이유로 당시 대한체육회장이 신문사에 엄중 항의하는 일화도 있었다.
엄밀히 말해서 U대회 성적을 올림픽과 단순 비교할 순 없지만,
경기력 향상 연금제에서도 채점의
확실한 격차
를 두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근거에서 볼 때, 실적 올리기에 바쁜 지방자치단체가 U대회 유치에 막대한 예산을 써가며
로비를 한다는 것은 재고할 일이다.  대외적 홍보효과를 높이려면 어떤 타이틀이든 국제이벤트를
따내야 한다는 계산방식이라면 더구나 그렇다.

이러한 상황을 감안하더라도 과소평가되는 U대회에 대한 인식에는 문제가 있다.
무엇보다 안타까운 건 국내언론의 푸대접이라는 사실이다.
동계 종목의 경우 올림픽 1년 전, 리허설과도 같은 의미가 있을 수도 있겠지만,
국가대표의 이름을 건 국제경쟁이라면 이를 무시하기만 할 일은 아니다.
프로 국내리그의 되풀이되는 일승일패, 해외무대에서 뛰는 프로들의 일거수일투족에 대한
관심보다 못한 언론의 차디찬 반응은 좀 너무하다는 생각이 든다.

진정 이 나라 엘리트 스포츠의 한 축을 이루는 대학스포츠의 역할을 인정한다면,
또한 올림픽을 향한 예비관문인 U대회의 특성을 감안한다면, 팬들 이전에 언론이 좀더 관심과
애정을 보여주었으면 한다. 가뜩이나 근래에 와서 학원스포츠가 대책 없는 위기상황에 몰려 있고
대학스포츠의 자립을 외치는 소리가 높아가고 있는 상황에서,
언론이 대학의 볼멘소리에 좀더 귀를
기울여 주었으면 하는 바램
이다.

대학 내부에서도 우수선수 양성이 대학의 책임일 수만은 없겠지만,
학구적인 노력과 함께 세계에 통할만 한 인재를 육성하고 해외에 내보내 의욕을
북돋게 하는 일은 학문의 성취 못지않게 중요
하다 생각한다. 

오래 전, 미국 버클리대학 렉 센터에서 만난 한 교수는 “대학의 역할은 학생들에 대한 정규수업
못지않게 이들의 재능과 의욕을 북돋아 사회에 기여하게 하는 일이 중요하다. 바로 스포츠인재양성은
학문과 교양의 기초를 닦는다는 대전제에서 세계적 인물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우리 대학에도 세계스타를 키우는 요람으로서 이러한 원대한 꿈을 이루는 날이 오기를 기다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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